밤이 깊어 잠을 자는 중이었다.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쏴아악하는 소리와 함께 Tent가 또 춤을 추기 시작한다.
비도 내리기 시작한다. 천막 안으로 강한 빛이 들어오면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어떡할까?’ 하다 일어나기로 했다. 이 광경을 깨어 있는 상태로 맞이하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다. 언제,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하겠나 싶다.
나무 아래 Tent에서는 권창식과 차성수가 뭐가 그리 좋은지 웃기도 하고 이야기도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1시 30분이다. 비는 곧 싸래기 눈으로 바뀌었다. 바람 불고 비오고 천둥과 번개가 몰려오고 이제 싸래기 눈까지 내리는 이 숲속에 앉자 있는 것이 놀랍고 신기로울 뿐이다. 겁도 나긴 난다. 어설프게나마 안전을 모색해본다. 그리고 정은이가 남겨준 포도주를 한잔 마신다. 정은이가 그랬다. ‘이거 마시면 잠이 잘 올 꺼 예요.’
신이난다. 이 밤 마음껏 즐기리라. 바람과 비, 눈, 천둥과 번개 그 모든 것이 어울어 지는 숲 속의 교향악을 귀 기울여 듣기로 한다. 나무 위로 올라온 큰 축복이라 여긴다. 건너편에서 사육되는 개들이 놀랐는지 짖기 시작한다. 고요한 숲 속에 개 짖는 소리까지 더하니 묘한 밤이라.
언젠가 지리산 피아골에서 경험했던 천둥과 번개가 떠오른다. 그땐 참 무서웠는데, 호젓한 기분으로 산길 걷다가 숙소로 뒷걸음친 일이 생각나 웃는다. 싸래기 눈은 금세 비로 바뀐다. 또닥또닥 거린다. 이 밤 혼자 지내기엔 아쉬운 밤이다. 누구라도 함께 있으면 밤새기 딱 좋은 날이련만.
한식이네 집이 동인천에 있을 때였다. 김영철 목사, 나 , 그리고 한식이 참 잘도 모였고, 밤샘도 자주했다. 다혜 엄마가 끓여주는 국수까지 천연덕스럽게 얻어먹으면서, 대지 플라쟈로 막을 내린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지금은 어엿한 숙녀가 된 다혜가 대 여섯 살이나 됐을까? 어릴 때부터 똘똘하던 다혜였다. 한식이가 사돈하자는 말에 며늘아기 보면 그러고 싶은데 장인이 될 인간이 맘에 안 든다고 했다. 이제는 역전이다. 내가 하자고 해도 모른 체 할 것이다.
첫 목회할 때, 대부분 신혼가정이거나 처녀총각이 전부인 교회였다.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그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 떠오른다. 새벽, 혜림, 은지, 결, 예슬, 빛, 다은, 가람, 어진, 영훈, 진한, 솔한, 희재, 희원, 지훈, 예림, 한울, 성희, 영호, 해인, 해동, 정, 현, 해뜸 강은영이 딸 이름이 왜 생각이 안 나는지 치매다.
숭의동 시절, 창립예배를 마치고 찍은 전 교인사진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내 목회의 한 때였다. 희정이와 영우, 은숙, 경화, 원범이와 혜영이 다들 그리워지는 밤이다.
Tent 문을 활짝 열고 있으려니 빗방울이 안으로 튀긴다. 비가 조금씩 굵어지는가 보다.
박영란 선생이 문자를 보내왔다. 걱정이 되었나 보다. 문자로 답을 하라는데 그냥 전화했다.
초대교인이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호연이가 답장을 썼다는데 읽질 못한다.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다. 의젓한 호연이다.
때늦은 감상에 젖어보는 밤이 마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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