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2012)
The Taste Of Money
6.9
글쓴이 평점
돈의맛 : 욕망에 달라붙어 있는 굴욕의 맛
우리나라 재벌의 이야기인데, 누가 봐도 삼성 얘기라고 느낄 정도로 삼성의 알려진 사례가 비슷하게 담겨져 있고, 우리가 삼성 공화국이라고 부를만큼 삼성에게서 느끼는 감정들이 담겨져있다.
그들이 사는 공간에 대한 미장센이 대단히 돋보이는데, 마치 음울한 중세시대의 성 안을 엿보는듯이 내부의 분위기는 음침함 그 자체이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주로 나타난 재벌이나 고위층의 실내 환경은 대단히 밝게 나온다.
아무리 그 안에서 온갖 추문과 고성이 터져나온다고 해도, 실내 배경의 분위기만큼은 화려하고 밝게 묘사되었다.
시청률을 감안해서 시청자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주지 않으려는 것 아니겠나 싶다.
원래부터 재벌이나 고위층을 자주 등장시키는 것 자체가 시청자에게 판타지를 제공해주려는 것 아니겠는가?
시청자들의 욕망에 발맞추어 욕망이 실현되고 있는듯한 착각을 주려는 의도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관객들의 욕망에 대해 비판적으로 주제를 잡아가기 때문에 건물 실내의 분위기도 대단히 음침하다.
부자들이 왜 그리 조명비를 아꼈는지(?) 실내인데도 완전 어두운 분위기다.
모던한 장식들과 감성이 자제되어 보이는 미술품들은 극중 인물들의 메말라버린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만든 세트라고 자랑을 한만큼 그만큼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듯한 미장센에는 괜찮다는 평을 하고 싶다.
문제는 극의 진행이다.
전체적인 연출이나 진행은 부실한 장난감처럼 부족함이 많이 느껴진다.
역시나 이 영화의 한 축은 주제일텐데, 주제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에는 집중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돈 앞에서 비굴함과 굴욕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돈 때문에 울고, 돈 때문에 웃고 하는게 인생이라는데, 돈이 주는 달콤함에 중독되어서 돈으로 인한 굴욕을 견뎌내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공감이 가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 정도의 돈이라면 어떤 굴욕이라도 견딜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자신은 그것에 쨉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주인공이 말하는 ‘굴욕’이라는 표현조차 배부른 소리로 들렸던 관객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스스로 더 굴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저 정도의 돈이라면 뭐 웬만한 굴욕은 그냥 견디면서라도 그렇게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기분을 느꼈다는 것...
어차피 세상에서 별로 되지도 않는 돈에 이미 굴욕에 젖어서, 이미 무릎이 꿇린 상태이니 차라리 돈이라도 펑펑 쓸 수 있게 되길 바라는 판타지에 들어서게 된다는 것...
이건 도대체 뭘까?
돈이 다가 아니라는 얘기와 돈에 굴복하지 말고, 자신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영화에서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기조차 힘들게 되어 버린 현실에서의 관객들...
돈의 맛... 그건 알겠다.
그런데, 더더욱 알겠는 것은 사람들을 처절하도록 비굴하게 만드는 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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