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 공정한 사회는 누구부터 변해야 될까?
살인예고소설, 출판사가 사면 살인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사는 것은 살인자의 협박에 응하는 것이며 살인자에게 돈을 주는 일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페어(공정)한 것이 무엇이냐고 계속 묻는 이 드라마는 윤리 철학적 질문을 던져 놓는다.
행위 자체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인가 결과가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이미 철학사에서 많이 다루어진 주제이다.
칸트의 정언명령, 그리고 결과를 중시하는 공리주의 등은 벌써부터 그것에 나름의 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히 논리와 합리적 정합성에 의한 답을 넘어서 현실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며 답들은 꾸준히 제시되어왔고, 무엇이 정답이라 말할 수도 없다.
원론적으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드라마는 대단히 현실적인 것에 접근한다.
경찰이 살인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총기 사용에 대해서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이야기된다.
부당한 인간들에게는 정당한 방법으로 대해줄 필요가 없다는게 주인공의 신념이다.
범인들의 살인을 막기 위해서는 총질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살인을 막기 위한 또 하나의 살인, 그런데 죽어야 마땅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이 문제는 윤리적 선택의 문제가 단순히 양적으로만 파악할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것은 다분히 질적인 문제이며, 실질적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정당한 역을 자처하는 집단들 내부가 부패했을 때 진정한 언페어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도화된 관료 기관들은 국가 전체의 공정성을 기관 스스로가 자처하고 떠맡고 있는데, 실제로 그들이 공정하다 믿는 사람은 많지않다.
최근의 공정 사회를 내세우는 정부와 이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0% 이상이 나온 설문조사 결과는 공정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공정함을 개인들에게 요구하기 이전에 공공 조직이 얼마나 공정하게 있는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공공 조직이 가진 무한에 가까운 공권력은 공정함을 잃는 순간 단순한 '폭력'으로 전화된다.
그러한 폭력은 희생자를 양산하게 되며, 그러한 희생자의 처절함은 드라마에서 여실히 보여진다.
부분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지만, 조직을 위해 유키히라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는 모습은 전체를 위해 누군가 희생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놓는다.
경찰조직은 시청자와 전혀 일체감을 느낄 수 없는 조직이니 유키히라의 희생이 당연히 틀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그 전체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올바른 것이냐는 질문에 쉽사리 답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 희생자는 명예로운 것인가?
대일본제국을 위해 자기 몸 던진 카미카제가 스스로 명예롭게 생각했던 것은 옳은 것인가?
다수가 결정했다고 소수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다수결은 옳은 것인가?
이 모든 것은 같은 맥락 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시해왔던 그것들이 사실은 경찰을 위해 유키하라 한 명을 희생시키는 것과 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 살펴볼 점은 블러디 먼데이 때도 그렇고 중요한 것은 정보와 소통이다.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가로채고 변형할 수 있기에 전체 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셈이다.
범인과 교섭해야 하는 미스터리물에서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은 단지 그 일을 하는 사람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보를 공유할 수만 있었어도 쉽게 풀릴 일도 정보를 끊어 놓으면 일이 막혀버린다.
그래서 정보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가진 자라고 하는 것일까?
권력을 쟁탈하려는 쿠데타 집단이 가장 먼저 자기 통제 하에 두려고 했던 곳은 정보 집적 기관과 방송 기관이었던 셈이다.
액션물적인 형사물의 느낌인 이 드라마는 다분히 추리물적이다.
추리물이 갖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정석적으로 끼어얹어 놓아 미스터리물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범인에 대한 반전적 요소와 사전의 힌트들이 잘 배치되어 놓여있다.
더불어 스릴러물적인 연출을 구사하고 있는데 사실 약간 애매한 정도로만 연출을 하고 있어서 뭔가 입맛만 다시다 마는 느낌이다.
미스터리물로써 계속 범인에 대한 추측을 하도록 만들고, 의외의 사람을 범인으로 나타나게 하기는 하는데 이 또한 연출의 극적인 맛이 약간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미스터리로써 범인을 찾아내는 것에 촛점이 100% 맞추어져 있지는 않기 때문이리라.
이 드라마에서는 마지막 범인의 등장의 충격을 넘어서 또 다른 충격을 준비해두고 있다.
그저 범인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만으로 극을 따라왔던 관객은 마지막에 제시되는 새로운 전혀 다른 작가의 제시에 준비하지 못했기에 더 강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 강렬한 스토리 라인은, 다른 스토리 세부적인 면에서 뭔가 부적절해 보이는 찜찜함을 느끼게 되는 관객들에게, 그런 세부적인 부분은 그냥 잊어버리라고 말하는듯 하다.
201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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