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평

투모로우: 지구 온난화는 유령에 불과했는가?

Neo Deus 2010. 9. 27. 22:25

 
 
지구 온난화는 유령에 불과했는가?
--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환경주의자들에게 그동안 수없이 문제 제기되어 왔던 지구 온난화 문제를 영상화하려는 야심찬 기획으로 이 영화는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그러한 기획의 결과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일반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들은 전혀 없고, 그것들은 단순히 정치적 문제이고, 정치인들이 그러한 위기 의식이 없어서일 뿐이라는 담론으로 끝을 맺고 있다. 결국은 그러한 고귀한 주제마저도 흥행을 위한 하나의 소재에 불과했단 말인가?

영화가 전반적으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정형성을 대부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족애와 휴머니즘에 대한 넘쳐나는 강조, 작은 주인공의 성공을 위한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의 의미 없는 희생들, 숭고한 죽음에 대한 일상적 강조 등 헐리웃 영화가 그동안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코드들을 버려내지 못하고 진부하게 재작동시키고 있다. 결국 일반 재난 영화류의 스펙타클한 영상의 제공을 통하여 흥행을 해보겠다는 의지 외에 다른 메세지 전달의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덧붙여 메세지를 주인공들의 입으로 직설적으로 설명을 해야만 전달할 수 있는 감독의 무능력에 진부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 라인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의 설정 등으로 보는 중간 중간 관객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지구 온난화가 기후의 대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효과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각인 시킨다는 점에서는 그 기획이 매우 잘 되었고, 결과도 만족스러워 보인다. 아직까지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상이라는 효과적인 설득 매체를 통해 문제 의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래도 이 영화가 가치가 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앞서 말했듯이 매우 피상적인 접근은 지구 온난화의 진정한 문제점과 그 원인에 대한 소개와 시민들의 책임 있는 행동의 요구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쉬움을 덧붙이고 있다.

세부적인 장면을 좀 훑어 보자면, 헐리웃 블록버스터에서 미국 대통령이 영웅이 되는 것은 거의 전형적인 것인데, 이 영화는 그 전형을 깨고 있다. 화성 침공 이후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죽는 것이 나온다. 물론, 비겁하게 죽지는 않고 다소 영웅적으로 죽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거기에다 아주 비열하게 묘사되는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과연 그러한 부통령이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물론, 마지막에 부통령이 뭔가를 깨달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묘사하여 헐리웃의 해피엔딩적 전형을 벗어나지 못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거기에, 그동안 헐리웃 영화가 보여주었던 미국의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주체로 설정했던 것을 깨고 미국을 뭉개는 것은 파격이다. 강대국 미국이 기후 변화 하나로 완전히 폐망하여, 그동안 그렇게 무시해왔던 멕시코에게 손을 벌리게 되고, 반대로 미국인들이 불법 입국을 하게 되었다는 묘사도 이전의 헐리웃의 정치적인 성향을 보아서는 대단히 도전적이다. 그럼에도 창피했는지 멕시코의 채무를 변제해주는 댓가를 준다는 말을 쓸데없이 덧붙여서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려고 함으로 영화의 자존심은 깍아버렸다.

결국 이 영화는 양반되는 태도들의 혼합으로 내용이 뒤섞이며 매우 뒤숭숭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애초의 기획이 블록버스터라는 형식과 요구들을 만나고, 거기에 무능력한 감독의 철학적 깊이에 깍여 나가며 두리뭉실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 20자평 *
지구 온난화 문제라는 진주가 헐리웃 블록버스터라는 진흙탕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