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감상평

싸인: 사회 비판적 수사 드라마의 낙관적 시작

Neo Deus 2011. 3. 15. 15:03

 


싸인

정보
SBS | 수, 목 21시 55분 | 2011-01-05 ~ 2011-03-10
출연
박신양, 김아중, 전광렬, 엄지원, 정겨운
소개
미해결 사건의 수많은 희생자들과 그들에게 남겨진 흔적인 '싸인(Sign)'을 통해 범죄에 숨겨진 사인을 밝혀내는...
글쓴이 평점  

 

싸인: 사회 비판적 수사 드라마의 낙관적 시작

 

한국 드라마(이하 한드)면서 일본 드라마(이하 일드)와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의 특징들이 섞여서 조합되는 느낌의 드라마다.

수사 전문가 그룹이 등장하는 범죄 수사 드라마는 일드의 대표적인 장르이고, 전체를 가르는 한 가지 사건이 흐르면서 중간 중간 다른 에피소드들이 전개되는 패턴 또한 일드의 특징 중 하나이다.

수사 전문가들의 기발한 해석들의 모습도 일드에서 낯 익은 것이기도 하다.

문제가 해결될듯 하면서 다시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갈등의 연결 구조는 미드에서 많이 본 패턴이고, 전개의 빠른 스피드감도 미드의 재미와 유사하다.

강력한 권력을 배경으로 사람이 많이 죽는 것 또한 미드에서 익숙한 전개이다.

대통령 후보의 자녀가 살인을 하고, 그것을 뒤덮으려는 내용은 미드 ‘24’와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드와 미드의 특성들이 들어왔지만, 역시 한드의 기본 경향은 강하게 드러나는데, 다이나믹한 대사톤과 전개 방식도 그렇고, 주인공들간의 러브 라인 전개와 연출 스타일도 한드에서 매우 익숙한 그 느낌대로다.

특히 권력층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정부 권력에 대한 묘사는 한드만의 독특한 정서가 깔려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검찰에 대한 불신과 국가 기관인 국과수에 대한 불신은 현실을 그대로 빼어 닮아있다.

물론, 주인공들이 현실에 대한 묘사라기보다는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이상적인 상이라서 사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은 다 죽이면서 주인공들은 살려두거나, 면직시키지 않는 등 몇 가지 부분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극의 전개 상 용인할만한 것이고, 전반적으로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짜임새 있는 구성은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채워진듯 해서 좋았다.

권력의 외압과 안하무인한 태도에 대한 묘사들은 현재 정권의 모습들을 연상할 수 밖에 없게 하고, 그런 점에서 더욱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듯 하다.

강력한 정부라는 슬로건과 정당 깃발의 파란 색 등의 느낌은 현정부를 떠올릴 수 밖에 없게 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한다는 자세 또한 지금 정권에서 받는 느낌과 매우 유사하다.

그렇게 리얼리즘적인 부분들이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 요소 중에 하나일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상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부조리인 권력 조직에 의한 외압이 좀 더 세밀하게 다루어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관계자들을 그렇게 죽여서 입을 막는 것은 1970년대에나 공감할만한 상황일테고(이런 부분은 다분히 미드의 영향으로 사용된듯 하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런 방법보다는 권력의 외압과 조직에서의 압박이 훨씬 현실적인 것이다.

물론 그런 부분이 묘사되기는 했지만, 주인공이 외압으로 인해 면직되고 주변에 따돌림을 당하는 어려운 상황을 묘사하면서 그 부분을 극복해나가는 것으로 처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주인공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세칭 '내부 고발자'들이다.

드라마에서는 이토록 영웅적으로 묘사되고, 보는 사람들도 그러한 영웅적 모습에 공감하고, 옳다고 보지만 실제 현실에서 내부고발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따뜻하지만은 않다.

내부고발자를 조직에 대한 배신자, 부적응자, 왕따 등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현실에서는 훨씬 강하다.바로 이 점이 드라마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주인공들이 내부고발자로서 좀 더 현실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국민들에게 외면 받는 모습을 묘사해주었다면 더 가치있는 드라마가 되었을 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검사에게 그런 부분이 조금 묘사되었기는 하지만, 다경에게 묘사된 개인적 경험보다 그런 사회적 외면을 한 축으로 그렸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이 드라마는 대단히 사회적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는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특히, 국가 권력의 비열한 성격과 조직 이기주의가 가진 모순들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이러한 리얼리즘적 성향이 강한 드라마가 또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큰데, 한드가 그동안 가져왔던 굵은 선의 묘사들이 너무 큰 틀에서만 현실을 묘사하면서 놓쳐왔던 세밀한 묘사가 앞으로 더 잘 나와주길 기대해본다.

그러한 한드의 굵직한 선의 스토리 라인은 너무 오바하기에 현실적 감이 떨어지곤 했는데, 이번 싸인에서 보여주는 세밀한 리얼리즘의 도입이 한드의 한 특성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2011.3.12